OUTDOOR_SCHOOL 2016.10.19

검푸른 바다 위를 수놓은 은빛 갈치 물결,목포 갈치낚시 체험
By 정철훈 (여행작가)

갈치만큼 우리 식탁에서 귀한 대접 받는 생선도 흔치 않다. 씨알이 굵을수록 더하다. 제주산 은갈치는 은값이 아니라 금값이다. 1990년대 말부터 목포를 중심으로 시작된 갈치낚시는 이제 어엿한 대중 레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 네파 아웃도어스쿨에 참여한 최우수 고객 가족들은 바다, 아니 금광으로 간다. 갈치낚시의 본향, 목포에서 짜릿한 손맛을 통해 금빛 갈치를 낚아올 테니까. 네파 아웃도어스쿨 2016, 그 네 번째 도전. SEA FISHING TOUR! 지금부터 시작이다.

갈치를 만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목포항에 도착한 건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6시 무렵. 갈치를 만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야행성인 갈치는 해가 완전히 진 뒤에야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서둘러 바다로 나갈 이유는 없다. 그럼? 일단 배부터 든든해 채워야 한다.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장장 9시간에 걸쳐 갈치와 사투(?)를 벌이려면 밥심은 기본이다. 오늘의 메뉴는 가을의 진미, 게살비빔밥이다. 봄에 잡히는 암게가 분홍빛 알로 승부를 한다면, 이즈음 잡히는 수게는 꽉 찬 살이 일품이다.

가을 꽃게를 탕이나 찌개보다 속살 발린 비빔밥으로 먹는 건 그래서다. 게살비빔밥은 간장게장 부럽지 않은 밥도둑이다. 새콤달콤한 비빔장에 보슬보슬한 게살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는 말 그대로 뚝딱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면, 이 가을 게살비빔밥을 먹어보면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갈치와 만날 차례다

바다는 이미 짙은 어둠에 싸였다. 멀리 수평선 주위로 점점이 떠있는 어선의 집어등 불빛이 영롱하다. 승선 신고와 선상에서의 주의 사항을 전해들은 참가자들은 배에 올라 구명동의부터 챙겨 입었다. 바다낚시, 특히 밤에 하는 바다낚시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배에서 뛰어다니거나 개인행동을 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항구를 떠나온 배가 마침내 멈춰 섰다. 30분밖에 달려오지 않았는데 항구는 까마득하게 멀다. 검은 수면 위로 갈치를 유혹하는 집어등이 어른거린다. 낚싯대를 지급받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명당이라 생각되는 곳에 의자를 펴고 앉아 갈치 만날 채비를 한다.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정성껏 끼운 미끼를 힘차게 바다로 던진다. 지금부터는 지루한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진정한 강태공이라면 무릇 그 시간마저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자리를 잡고 앉은 지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몇 번 포인트를 옮겨 다닌 뒤 마침내 입질이 오기 시작한 것. 갈치낚시는 이 때부터가 중요하다. 입질이 시작됐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가벼운 입질에 성급하게 낚싯줄을 감아올리면 백이면 백 미끼만 떼이고 만다. 입질은 말 그대로 갈치가 미끼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는 건 아니다. 요량은 인내심. 입질이 오면 서두르지 말고 낚시줄을 조금씩 풀어 갈치가 미끼를 물도록 유인해야 한다. 낚시줄을 풀어주는 건 꼬리가 바닥으로 향하게 서서 헤엄치는 갈치의 독특한 유영법 때문이다. 입질과 낚싯줄 풀어주기, 그러니까 갈치와 강태공의 밀당은 성질 급한 쪽이 지게 되어있다. 먹이가 맞는지 슬쩍슬쩍 건드려 보던 덥썩 미끼를 물면 강태공의 승. 감질 나는 입질에 성급하게 낚싯줄을 감아올리면 갈치의 승. 물론 갈치낚시는 강태공의 승리로 끝나는 해피엔딩이 대부분이다.

한 번 입질이 시작된 뒤론 생각보다 자주 입질이 왔다

갈치는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어 자리만 잘 잡으면 같은 자리에서 서너 마리는 잡는 건 일도 아니다. 수면 위로 고개만 살짝 내민 찌가 다시 움찔거린다. 기다려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늘 손이 말썽이다. ‘어, 아닌데’ 하면서도 손은 이미 낚싯대를 들어 올리고 있으니, 한숨 섞인 탄식은 여기서 나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한 번 두 번,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뒤에야 제대로 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움찔거리는 찌. 이번에도 역시 손은 제 멋대로 움직일 기세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이 꿈틀대는 본능을 간신히 제어한다. 지금인가? 아니, 조금만 더. 낚싯대를 쥐었다 놓았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마음속에 참을 인 자를 열 번 정도 새겼을 때, 마침내 낚싯대가 활처럼 휘면서 ‘탱’ 소리가 날만큼 줄이 팽팽해졌다. 팽팽한 낚시줄에서는 놀란 갈치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갈팡질팡, 사납게 움직이는 갈치의 몸놀림에 투명한 낚싯줄도 덩달아 검은 바다 위에 큰 원을 그리면 춤을 춘다. 팽팽한 낚싯줄과 씨름하기를 몇 분, 아니 몇 초. 수면 위로 은빛비늘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날씬한 몸매의 갈치 한 마리가 ‘쓰윽’ 하고 끌려 나온다. 제법 묵직했던 손맛만큼 씨알도 꽤 굵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끌어올린 노인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배 위로 올라온 갈치는 풀치. 낚시고기는 길이와 무게로 크기를 재지만, 갈치는 몸의 두께를 손가락으로 가늠해 3지, 그러니까 손가락 세 개를 붙여놓은 것 정도의 몸통을 가진 녀석은 풀치, 5지 이상은 드래곤이라 부른다. 바닥에서 벌떡대는 녀석은 그래도 얼추 3지 이상은 돼 보인다. 일반인이, 그것도 초보 강태공이 첫 손맛에 풀치보다 조금 더 큰 갈치를 잡은 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 위에서는 탄식보다 환호성이 더 자꾸 들린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갈치낚시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 여기저기서 늘씬한 갈치들이 낚싯줄에 매달려 줄줄이 올라온다. 짜릿한 손맛에는 중독성이 있다. 새벽 3시, 4시가 지났지만, 입질만 오면 그 무겁다는 눈껍풀이 심봉사 눈 뜨듯 번쩍 뜨인다. 가끔은 갈치 대신 숭어가 바늘에 걸려 올라와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9시간의 갈치낚시체험은 정말이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아직도 바다는 여전히 짙은 어둠에 싸였지만, 지금부터 시작인 거 같은데, 이제 항구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래도 아이스박스마다 가득가득 채워진 갈치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뿌듯하다. 아, 낚시하면서 끓여먹는 라면 맛이 얼마나 좋은 지 알 게 된 것도 오늘의 수확이라면 수확. 항구에 도착해 이것저것 마무리를 하고 버스에 오르니 그제야 수평선 멀리 희미한 빛이 언뜻 비치기 시작한다. 어둠에 숨어있는 은빛. 두꺼운 구름을 비집고 나오는 여명은 밤바다에서 힘겹게 끌어올린 갈치를 많이 닮았다. 투명한 여명이 조금씩 붉은 빛으로 변해간다.

TAG네파아웃도어스쿨2016,목포,갈치낚시,대중레포츠,바다낚시,강태공,손맛,밤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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